웹 디자이너는 바로 앞에서 일을 주는 기획자, 그리고 일을 마치고 넘겨주는 웹 퍼블리셔, 또는 프론트 엔드 개발자와 주로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게 된다.
실무에서 일을 하다보면 추가 소통 없이 편하게 작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디자인이라 계속 물어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은 디자인 작업 다음에 진행하게 될 퍼블리싱 작업에 대한 이해도 부족도 하나겠지만 디자인 규칙(가이드)의 결핍과 다양한 케이스에 대한 예측 부족이다.
협업을 잘 하기 위해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시작이다.
디자이너뿐만이 아니라 기획자, 디자이너, 퍼블리셔, 프론트, 백엔드 모두 해당한다.
"내가 그런 것까지 일일히 생각하면서 디자인해야 하나 바빠 죽겠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퀄리티 높은 디자인 규칙과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케이스에 대해 대응이 되어있는 디자인을 해놓으면,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불필요한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줄일 수 있고 그 결과 야근 확률을 낮출 수 있으며 프로젝트 오픈이 밀리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디자인 규칙이 없으면 세상 편하게 디자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일관성이 없어 보이고 어딘지 모를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일관된 사용자 경험은 사용자에게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여러 명이 같이 일하는 회사라면 내가 디자인했던 페이지를 다른 사람이 규칙(가이드)을 보고 페이지를 이어서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텐데 가이드가 엉망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건 비단 디자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마크업 코드는 규칙에 의거하여 최대한 공통을 만들고 적은 코드로 효율적이고 유지보수가 편리하도록 설계하여 작업을 해야 하는데 가이드가 엉망인 디자인으로는 규칙을 만들어낼 수가 없다.
이런 경우 유지보수를 하면 할수록 공통이 없기 때문에 마크업 코드는 점점 많아지고, 복잡해지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코드가 다량 생성된다.
작은 수정 업무도 코드 파악하며 이 css를 수정하거나 추가하면 다른 곳에 영향이 가지 않을까(사이드 이펙트) 검토하는 것에 시간을 들이며 작업 시간이 증가하게 되는 마법에 걸린다.
그리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코드가 늘어나니 페이지 용량도 늘어나고, 이것은 웹 페이지 로딩 속도에 미세하지만 영향을 준다.
사실 작은 규모의 서비스라면 html, css 코드 늘어나서 용량 커지는 것을 크게 신경 안 써도 된다.
다음이나 네이버처럼 하루 트래픽이 상상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우리 팀의 경우 퍼블리셔만 20여 명 가까이 되고 이런 팀이 3개가 있다.
팀원이 예전에 작업했던 프로젝트에서 유지보수가 발생했는데 다른 업무로 바쁘면 그 업무가 나한테 돌아올 수 있다. 그러면 내가 만들지도 않았던 코드를 보며 파악을 하고 수정 및 추가를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코딩 컨벤션이 있는 것이고, 좀 더 빠르고 쉽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디자인도 여러 명이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된다면 마찬가지로 코딩 컨벤션과 같은 규칙(가이드)이 필요하다고 본다.
꼭 여러명이 작업하지 않아도 가이드는 있는 것이 좋다.
일관성 있고 심플하게 규칙을 만들고 디자인하는 것이 웹 페이지의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복잡하지 않고 심플하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다.
뭐라도 더 예쁘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디자이너의 욕심이 있겠지만, 복잡하게 규칙을 만들다 보면 나중에 추가되는 새로운 요소에 그 규칙을 적용하기가 너무 어려워져서 규칙 아닌 규칙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불상사가 생긴다.
그럼 뒤에 이어서 디자인하게 될 미래의 자신도 혼란스럽고,
자신이 휴가 갔을 때 디자인 작업을 맡아줄 다른 디자이너도 혼란스럽고,
그것은 복잡하고 재활용할 수 없고 유지보수가 힘들어지는 마크업 코드로 이어지게 된다.
웹 페이지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모바일 프로모션 페이지처럼 통 이미지를 넣어서 작업하는 거라면 크게 상관없겠지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주기 위해 만드는 흔히 말하는 웹 페이지는, 그림판이 아니라 사용자가 편리하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디자이너들이 들으면 속상한 말이지만, 이런 웹 페이지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디자인이 예쁜지 안 예쁜지는 큰 관심사가 아니다.
단지 내가 원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웹 페이지를 찾아서 들어온 것이고 하고자 하는 것을 빠르고 편리하게 할 수 있다면 사용자는 만족을 한다.
거기에 부가적으로 디자인이 예쁘면 기분이 더 좋아지는 것이지, 주객전도가 되면 안 된다.
채용공고를 보면 UI/UX 디자이너라는 말이 꽤 보이는데 자세히 뜯어보면 UI는 User Interface 약자, UX는 User Experience 에서 따온 말이다. 즉 사용자의 편의성과 경험을 중시하는 디자이너를 뽑는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사용하기 편리한 웹 페이지와 지금까지 경험했던 일관되고 익숙한 웹 페이지 사용 경험을 기반으로 디자인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웹 페이지를 기획하는 기획자, 웹 퍼블리셔, 프론트 엔드, 백엔드 개발자까지 모두 사용자 편에서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부터 협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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